윤영관 아산정책硏 이사장
"정치분열 지속땐 구한말 상황 반복"
신각수 前 주일대사
"韓 협조 없인 美해군력 유지 불가
지정학적 역할 활용해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규범이 무시되고 힘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강대국 정치 시대’가 열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가운데 한국은 경제적 실리와 안전보장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17일 국민대에서 열린 ‘기로에 선 한반도,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조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한반도미래연구원, 통일교육사업단이 공동 개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윤 이사장은 “미국은 자신의 주도로 만든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부정하고 유엔 헌장의 영토주권·자결권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정책엔 관세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중상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930년대 미국이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법’을 만들어 발생한 무역전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극도의 정치적 분열 상태가 지속되면 구한말 조상들의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정학·경제적 역할을 십분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국과 일본이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해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의 역할이 필수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택일 외교론을 벗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를 ‘우군’으로 규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일본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과거사는 잊지 않되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게 양국의 국익 수호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석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를 거부하고 면 대 면 협상을 선호하는 것도 한국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핵을 용인하는 ‘스몰딜’을 하거나 북한과 대타협을 한 뒤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북핵 문제를 놓고 파격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최근 내세운 ‘두 국가론’에 경각심을 갖고 미·북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데 국경을 맞댄 한국이 안이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을 보는 북한의 시각이 ‘통일 대상’에서 ‘멸망시켜야 할 세력’으로 바뀌는 등 평화 공존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